울산소방, ‘특별한 만남’

소방관의 사명은 변치 않는다

“소방관은 바뀌어도 소방관의 사명은 변치 않습니다”
울산 소방의 과거, 현재, 미래, 특별한 만남

오늘도 최일선에서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 늘 한결 같이 우리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소방’도 시대를 거치며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과거’는 현재를 있게 한 원동력이고, ‘현재’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미래’는 현재의 우리에게 희망이다. 그 역사를 이어가는 것은 사람이다.
울산 소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얘기할 박수원(울산소방동우회 회장), 김동순(울산 남부소방서 구조대), 김로운(대학생 의용소방대장), 세 사람을 만나봤다.

- 시민들에게 ‘소방동우회’는 다소 낯선 조직 같은데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박수원 = 소방동우회는 퇴직 소방공무원의 업무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방 선진화와 지역 안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만들어진 공법 단체입니다.
1988년 사단법인 ‘한국소방동우회’로 출발했는데 2012년 ‘대한민국 재향소방동우회법’이 제정되면서 현재의 소방동우회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지부가 있고, 울산 동우회는 현재 80여 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 이 자리에서 가장 선배이신데 옛날 소방 역사에 생각하는 대목이 있다면.

△ 박수원 = 1980년 울산소방서에 신규 배치됐는데 당시 소방인력이 겨우 80여 명이었습니다. 업무도 건물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검사업무, 그리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하는 ‘소극적인’ 소방행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80여 명이었던 시절을 얘기해 주셨는데, 현재 울산 소방조직은 6개 소방서 1,400여 명입니다. 이렇게 성장해온 계기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 박수원 =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대형 재난·재해를 통해 역으로 조직이 발전해 온 것입니다. 예를 들면, 1996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난대응체계가 구축되고 구조·구급업무도 본격 도입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죠.

- 옛날에는 구조·구급 활동이 없었다는 뜻인지요?

△ 박수원 = 그렇죠. 옛날에는 지금과 같은 119 응급 구조 활동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사건·사고를 배당 받아서 사후 처리하는 일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요즘 우리가 듣기에 믿기지 않는 일인 것 같습니다. 관련 얘기를 현재 구조대 활동을 하고 있는 김동순님께 더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구조대’가 하는 일을 소개해 주시죠.

△ 김동순 = 사전적으로 말씀 드리면, ‘화재와 구조, 구급 등 재난상황이나 일상에서 뜻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생명·신체에 위험이 생겼을 때, 최우선으로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고 현장 상황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과 장비를 갖춘 소방팀’입니다.

- 구체적인 활동을 몇 가지 말씀해 주세요. 시민들은 영화에서 보는 장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 김동순 = 영화 속 장면들도 실제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고층아파트에서 화재가 일어났을 때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화재층과 화재 위험이 높은 상층부에 시민들이 화마에 노출되거나 위험에 빠졌을 경우, 구조를 위해서 아파트 가정집 문을 강제로 열어서 화염 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다른 곳을 통해 진입을 합니다.
소방관들의 전문 구조방식을 통해 시민들의 신변을 확보하고 위험상황을 해제시켜 안전하게 지상으로 탈출하게 됩니다.

- 아마 말씀해 주신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을 많이 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재난 현장에서 ‘탈출’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김동순 = 구조팀의 현장 인명 구조과정은 ‘화재진압대’와 ‘구급대’의 협력이 필수입니다. 일반적으로 ‘구조’는 주로 구조대가 하지만 재난과 재해가 그렇게 단순한 상황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고 현장에서는 화재와 구조, 구급대의 임무가 서로 교차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재난 현장 소방관들은 모두가 구조대원이자 진압대원이고, 구급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자리 막내이신 김로운님이 얘기도 들어보겠습니다. ‘대학생 의용소방대’ 대장이시라면서요. 우선 ‘대학생 의용소방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 김로운 = 제가 다니는 춘해보건대학교 의용소방대는 소방관 분들과 함께 중소기업과 복지시설 등을 방문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을 중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 요즘 ‘심폐소생술’ 중요성을 인식해 가는 분들이 정말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강조할 부분이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시죠.

△ 김로운 =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심폐소생술만 잘 해도 구할 수 있는 생명이 정말 많습니다. 1분 내에 하면 90% 이상이 살아나고 4분 내에 수행하면 50%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4분을 ‘골든타임’이라고도 하구요.

- 옛날 보다 배울 기회도 많아지긴 했지만 직접 하라고 하면 자신 있게 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 김로운 = 중요한 것은 한 번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익히는 것입니다.
일반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은 가까운 곳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도 학교에서 배운 실기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교육을 하고 있는데 더 많은 분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익히시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나의 가족과 주변사람을 지킬 수 있는 심폐소생술, 꼭 배우고 익히셨으면 좋겠습니다.

- 학과 공부하기에도 바쁠텐데 대학생 의용소방대 봉사 활동까지,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활동을 하게 되셨는지요?

△ 김로운 = 사실 제 꿈이 ‘구급대원’이었습니다. 응급구조과에 진학해서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을 따고 구급대원이 되는 것이 꿈이자 목표였거든요.
그러던 중에 ‘의용소방대’를 알게 됐는데, 좋은 활동이라 생각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가입했습니다.
학과에서 배우지 못한 현장 체험을 많이 할 수 있고 시민들께 봉사도 할 수 있어 보람도 큽니다. 잘 가입했다고 생각합니다.

- ‘구급대원’이 꿈이라는 후배를 보니 두 분 어떻습니까.

△ 박수원, 김동순 = 정말 고맙고 뿌듯합니다. 이런 후배들이 계속 있어서 우리나라가 더욱 안전하고 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니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선배로서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다시 ‘소방’ 얘기를 돌아와 보겠습니다. 울산은 재난, 재해하면 여러 가지 특수성이 많지 않습니까?

△ 박수원 = 석유화학단지와 원전을 비롯한 국가 핵심시설이 많은 울산은 그야말로 ‘화약고’와 같습니다. 옛날에는 대형 사고도 많았죠.
특히, 중화학공업과 대형 조선소에서 일어난 화재와 대형사고는 사상자도 많고 재산피해도 엄청납니다. 과거에 거의 유일한 재난대응기관인 울산소방도 그만큼 위험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산업에서의 특수성도 있지만 울산의 ‘도심’ 자체 특성도 바뀌고 있습니다.

△ 박수원 = 그렇죠. 최근에는 건물이 점점 고층화되고 대형화되고 있고, 또 밀집도도 높아졌습니다. 그런 만큼 인명구조와 조기진압도 어려운 실정이지만 소방장비 현대화와 체계적인 대비훈련 등을 통해 대응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든든하면서도 선배 소방관으로서는 현장 활동이 늘 안전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 선배로서 많은 걱정도 드실 것 같습니다. 이런 선배를 보니 현재 근무하고 계신 김동순님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고 싶네요.

△ 김동순 = 선배님 세대는 정말 열악한 인력과 장비에도 최상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몸으로 희생하셨습니다.
선배님과 같은 분들의 피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소방의 기틀이 다듬어졌고,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 신뢰도 1등이라 할 수 있는 ‘119소방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도 선배님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입니다.

- 선배님 얘기를 들으면서 과거와 현재의 소방의 역할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 김동순 = 과거나 지금이나 소방의 역할은 한결 같습니다. 재난 현장에서 국민을 지켜나는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목적과 임무를 수행하는 수단과 방법에서는 좀 변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사고가 터지면 즉각 대응하는 현장중심의 소방활동이 큰 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재난현장을 사전에 예방하는 ‘예방활동’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재난 현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안이 큰 재난현장은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을 비롯한 현장대응과 지휘, 언론대응, 유관기관 업무 협조 등이 보다 세분화됐습니다. 점점 높아져가는 시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시대가 달라지면서 교육 면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동순 = 소방학교를 통한 기본교육과 전문 교육훈련을 하고 있고, 화재대응과 인명구조, 현장지휘관 인증을 비롯한 다양한 인증제도도 정착돼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보호가 최우선 목표입니다만,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대원 자신의 안전 또한 매우 강조되고 있습니다. ‘소방대원 개인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다’, 이런 가치가 과거보다 더 확립된 점도 달라진 점의 하나입니다.

- ‘소방’에 관해 할 얘기도 많지만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박수원님께 부탁드려 볼까요?

△ 박수원 = 저희 소방관들이 재난·재해로부터 시민 여러분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시민들께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안전’ 수칙을 지켜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김로운 후배님이 얘기한 심폐소생술을 잘 익혀 주시고, 또 일상에서 소화기와 비상벨 사용방법 훈련 같은 것을 잘 해두시면 대형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이런 훈련과 체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데 울산 북구 산하에 ‘안전체험관’이 있습니다. 가족 단위로 가셔도 좋고,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반드시 익혀야 할 체험이 많으니 꼭 가보셔서 직접 체험해 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 김로운 후배님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 봉사도 하고 계신데. 시민들께 어떤 말씀을 해 주실까요?

△ 김로운 = 심폐소생술에 대해서는 앞서 부탁을 드렸으니 저는 ‘소방관’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일반 시민들께서는 소방에 대해 자세한 내용들은 잘 모르고 계실 수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소방관님들은 정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며 시민들을 지키는 분들이세요.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마저 던지며 봉사하고 수많은 노력을 하고 계십니다.
이 분들께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시민 여러분들의 친절하고 따뜻한 한마디라고 생각합니다. 이 ‘한마디’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현역이신 김동순님, 시민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 김동순 = 우리 국민들은 IMF를 비롯해서 힘든 시기를 많이 거쳐 왔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장기화로 전례 없는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 주셨습니다.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 잘 버텨오셨고, 잘 해내셨기에 마음 깊이 박수와 찬사를 보냅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 할 수 있게 늘 응원하겠습니다. 저희 119소방대원들도 맡은 소임에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이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소방관은 바뀌어도 소방관의 사명은 불변입니다.
그것은 바로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지키는 것’입니다.
소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변치 않는 신념입니다.